우리가 알고 있던 하나님을 다시 생각하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공의롭고 거룩한 분으로 인식한다. 물론 이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단순히 율법의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를 향해 한없이 관대하고 아낌없이 사랑을 부어주시는 분이기도 하다. 이 점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누가복음 15장의 ‘탕자의 비유’이다.
이 비유는 흔히 ‘돌아온 둘째 아들의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팀 켈러(Tim Keller)는 그의 책 *탕부 하나님(The Prodigal God)*에서 이 비유의 핵심이 단순히 탕자의 회개가 아니라, 그를 기쁨으로 맞아들이는 아버지의 넘치는 사랑에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탕부(蕩富)’란 ‘아낌없이 퍼주는 부자’라는 뜻으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측량할 수 없는 은혜를 쏟아부으시는 분임을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팀 켈러의 통찰을 바탕으로,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탕자의 비유를 다시 조명해 보고자 한다. 과연 하나님은 어떤 분이시며,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통해 전하고자 하셨던 메시지는 무엇인지 깊이 탐구해보자.
탕자의 비유, 진짜 주인공은 누구인가?
누가복음 15장 11-32절에서 예수님은 한 아버지와 두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많은 사람들이 이 비유를 ‘둘째 아들’의 이야기로만 이해한다. 하지만 팀 켈러는 이 비유의 핵심이 아버지의 사랑에 있다고 강조한다.
비유 속에서 둘째 아들은 아버지에게 유산을 요구한 후 먼 나라로 떠나 방탕한 생활을 한다. 당시 문화에서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유산을 달라’는 것은 아버지가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요구였다. 결국 둘째 아들은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돼지를 치는 신세가 된다. 절망 속에서 그는 자신이 아버지의 아들로서 자격이 없음을 깨닫고, ‘종이라도 되겠다’는 심정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아버지는 아들이 멀리서 보이자마자 달려가 그를 맞이한다. 당시 유대 사회에서 연로한 가장이 뛰는 것은 체면을 구기는 일이었지만, 아버지는 이를 개의치 않고 아들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아무런 조건 없이 용서하며, 그를 위해 잔치를 베풀어준다.
팀 켈러는 이 장면에서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과감하고, 넘치는 은혜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어떤 상태이든 간에 돌아오기만 하면 조건 없이 우리를 받아주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의 은혜는 ‘비합리적’일 정도로 크다
팀 켈러는 책에서 ‘탕부(蕩富) 하나님’이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그는 우리가 보통 ‘탕자(蕩子)’라는 표현을 쓸 때, 이는 재산을 낭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비유에서 가장 아낌없이 모든 것을 퍼부은 이는 둘째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이시다.
둘째 아들은 자신의 유산을 허비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더 큰 희생을 치르며 아들을 맞아들인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새 옷을 입히고, 가락지를 끼우고, 가장 좋은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베푼다. 이는 단순한 용서가 아니라, 아들이 다시 온전한 가족의 일원으로 회복되었음을 선언하는 행위였다.
우리는 흔히 하나님의 은혜를 너무 값싸게 생각한다. ‘하나님이 우리를 용서하신다’는 말을 들을 때, 그것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고 이루어진 것인지 간과할 때가 많다. 하지만 팀 켈러는 하나님의 용서는 값비싼 은혜이며, 그분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우리를 받아들이신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시기 위해 자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내어주셨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탕부 하나님’의 사랑이다.
큰아들의 오해, 우리가 빠지기 쉬운 착각
탕자의 비유에서 또 다른 중요한 인물은 큰아들이다. 그는 동생이 돌아왔을 때 기뻐하기보다는 분노하며 아버지를 원망한다.
"나는 아버지를 위해 평생 성실하게 일했는데, 왜 나에게는 이런 잔치를 베풀어 주지 않으십니까?"
큰아들은 자신이 아버지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었다. 반면, 방탕한 동생은 그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팀 켈러는 이 장면이 오늘날 교회 안에 있는 ‘바리새인적 신앙’과 닮아 있다고 지적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도덕적 행동과 신앙적인 노력으로 하나님 앞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가 쌓은 공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큰아들은 동생보다 더 ‘바른 삶’을 살았지만, 그 역시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채, 진정한 관계에서 멀어져 있었다.
팀 켈러는 ‘율법주의적 신앙’도 결국 하나님을 떠나는 또 다른 형태의 죄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은 우리의 행위 때문이 아니라,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 때문이다.
하나님은 누구를 위해 잔치를 베푸시는가?
탕자의 비유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사랑은 종교적인 행위나 도덕적인 기준을 초월하는 것임을 가르쳐 준다. 하나님은 완벽한 사람을 찾는 분이 아니라, 깨진 심령을 가진 자들을 부르시는 분이시다.
둘째 아들은 방탕한 삶을 살다가 돌아왔다. 큰아들은 겉으로는 성실했지만, 사실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두 아들 모두를 사랑하셨다.
팀 켈러는 우리가 둘째 아들과 같든, 큰아들과 같든 상관없이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함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앙은 단순히 ‘착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관계 속에서 그분의 사랑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무리
탕자의 비유는 단순한 도덕적 교훈이 아니다. 예수님은 이 비유를 통해 하나님의 참된 성품, 즉 우리의 공로와 상관없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받아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선포하셨다.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은 우리가 다시금 이 비유를 깊이 묵상하게 만든다. 우리는 둘째 아들처럼 방황했던 자일 수도 있고, 큰아들처럼 스스로 의롭다고 착각했던 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은혜가 없으면 설 수 없는 존재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우리에게 부어주신 하나님의 넘치는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 사랑 안에서 살아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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